독일 등불축제 – 라터른페스트(Laternf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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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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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터넨페스트 관련 이미지

가을이 깊어질수록 독일의 저녁 거리는 조금 특별해집니다. 퇴근길에 버스를 타고 창밖을 보다가, 언젠가 처음 그 장면을 마주했던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둠이 막 내려앉은 동네 골목을, 아이들이 손에 작은 등(라터네, Laterne)을 들고 조심조심 걸어가고 있었어요. 노란빛, 붉은빛, 별 모양, 동물 모양의 등불이 살랑살랑 흔들릴 때마다 아이들 목소리가 겹쳐 들렸습니다. “Ich gehe mit meiner Laterne…” 처음엔 무슨 행사인지 몰라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날 집에 돌아와 검색을 시작했고, 그 덕분에 제 첫 라터른페스트(Laternenfest / Laternenumzug) 참여가 시작되었습니다.

Latern페스트란? 아이들이 빛으로 그리는 가을 축제

독일에서 말하는 라터른페스트(Laternenfest) 혹은 라터른움축(Laternenumzug)은 말 그대로 ‘등불 축제, 등불 행진’입니다. 이 전통은 주로 성 마르틴(Sankt Martin)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겨울 초입, 추위에 떨던 거지에게 자신의 망토를 반으로 잘라 나누어 주었다는 성 마르틴의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기념하는 날이 바로 11월 11일, 성 마르틴 데이(Martinstag)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라터른페스트는 10월 말부터 11월 11일 전후에 집중되어 열립니다.

이 시기가 되면, 독일 곳곳에서 아이들이 직접 만든 등불(Laterne)을 들고 동네를 행진합니다. 키타(Kita)와 초등학교(Grundschule)마다 날짜를 정해 저녁 무렵에 모이고, 부모와 형제자매, 때로는 할머니·할아버지까지 함께 걸어갑니다. 아이들은 한 손에 등불을, 다른 한 손에는 등불 막대를 들고, 정해진 노래를 부르며 골목과 공원을 천천히 도는 것이 전통입니다.

그중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바로 “Ich gehe mit meiner Laterne”입니다. 가사도 매우 단순해서, 독일어가 서툰 저도 금방 따라 부르게 되었어요. 아이들 목소리로 이 노래가 울려 퍼질 때, 자연스럽게 행렬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어두운 계절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서로의 불빛을 나누며 함께 걷자는 따뜻한 초대처럼 느껴졌습니다.

할레(Saale)의 라터른페스트 경험담

제가 처음 라터른페스트를 ‘제대로’ 경험한 도시는 작센안할트 주의 할레(Saale)였습니다. 할레에서는 특히 로베르트-프란츠-링(Robert-Franz-Ring) 일대와 마르크트플라츠(Marktplatz) 주변이 주요 행진 코스입니다. 도심 트램이 지나가는 큰 길과 오래된 건물들이 어우러진 곳이라, 도시의 일상 풍경 속으로 작은 축제가 스며드는 느낌이었어요.

할레의 라터른페스트는 대체로 매년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 열립니다. 어느 특정 하루만 있는 것이 아니라, 키타별, 학교별, 또 시(독일식으로는 Stadt)에서 주최하는 공식 행사가 따로 있어서, 며칠에 걸쳐 곳곳에서 등불 행진을 볼 수 있습니다. 행사에 참여하는 가족 단위 참가자가 매우 많아서, 키 작은 아이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모습만 봐도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행진이 시작되면, 깜깜한 하늘 아래 수백 개의 등불이 한꺼번에 켜집니다. 아이들 손에서 흔들리는 종이 등 안에는 작은 전구와 LED 촛불이 들어 있고, 부모들은 옆에서 따뜻한 글뤼바인(Glühwein)이나 핫초코를 손에 쥔 채 아이들을 따라 걷습니다. 거리 한편에서는 브라트부어스트(Bratwurst)를 파는 임시 노점도 서고, 어디선가 부는 브라스 밴드 소리와 함께 노래가 흐릅니다. ‘독일 가을’ 하면 떠오르는 풍경이 바로 이 장면입니다.

저희 가족이 처음 할레 라터른페스트에 참여했을 때, 아직 독일 생활이 서툴러서 이웃과 인사 나누는 것도 어색했습니다. 그런데 집 앞 키타에서 온 공지문(Flyer)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 등불 행진에 참여해 주세요’라는 안내가 있었고, 담임 선생님이 아이에게 “부모님도 꼭 같이 오세요”라고 여러 번 강조해 주셔서 용기를 냈습니다. 로베르트-프란츠-링으로 나갔을 때, 같은 반 독일 부모들이 먼저 다가와 “오늘이 첫 라터른페스트냐”고 물으며 웃어 주었고, 한 어머니는 자기 아이가 쓰던 여분의 모자를 우리 아이에게 씌워 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이웃과 인사를 주고받는 빈도도 눈에 띄게 늘었고, 아이도 키타 생활에 훨씬 빨리 적응하게 되었습니다.

실용적인 부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등불은 어디서 사야 하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는데, 막상 찾아보니 생각보다 선택지가 다양했습니다.

  • 저렴한 기성 등불: 울워스(Woolworth), 테디(Tedi), 뮐러(Müller) 같은 저가 생활용품점에서 시즌 상품으로 쉽게 구입 가능
  • 조립 키트: 종이 등과 막대가 함께 들어 있는 세트 상품으로, 집에서 아이와 함께 간단히 꾸밀 수 있음
  • 완제품 + 전동 막대: 건전지를 넣으면 막대 끝에 있는 불이 켜지는 전동 막대(Stablampe)가 있어, 불꽃 없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음

저는 첫 해에는 Woolworth에서 완제품 등불과 전동 막대를 사서 참가했고, 둘째 해부터는 키타에서 아이가 직접 만든 등불을 들고 나갔습니다. 기성품을 사더라도, 스티커를 붙이거나 이름을 써 주면서 아이와 작은 준비 과정부터 함께하면, 축제에 대한 기대감이 훨씬 커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독일 다른 지역 라터른페스트, 이렇게 다르게 느껴졌어요

이후 몇 년 동안 독일 곳곳을 여행하면서, 운 좋게 여러 도시의 라터른페스트를 짧게나마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인 틀은 비슷하지만, 도시와 지역 문화에 따라 분위기가 조금씩 달랐습니다.

뮌헨(München)

뮌헨에서는 잉글리시 가든(Englischer Garten) 주변에서 열리는 등불 행진을 잠깐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남부 가톨릭 문화의 영향이 강해서인지, 행진에 성 마르틴 복장을 한 사람이 말을 타고 등장하기도 했고, 교회에서 시작되는 행렬도 있었습니다. 규모가 크고 참여 인원이 많아서, 마치 작은 성 마르틴 축제(Martinsfest)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쾰른(Köln)

쾰른에서는 라인강(Rhein) 강변 야경과 어우러진 등불 행렬을 보았는데, 강 위로 비치는 등불 반짝임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고개를 돌리면 쾰른 대성당(Kölner Dom)을 배경으로 길게 이어진 행렬이 보이는데, 그 장면은 사진으로도 다 담기지 않는 장관이었습니다.

함부르크(Hamburg)

함부르크에서는 알스터(Alster) 호수 주변을 걷는 등불 행사를 만났습니다. 항구 도시 특유의 바람과 물 냄새가 나는 공기 속에서, 아이들이 들고 있는 작은 빛이 유독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호수 너머로 보이는 도시 불빛과 아이들 등불이 겹쳐져, 한 장의 그림 같은 가을 저녁이 완성되었습니다.

베를린(Berlin)

베를린에서는 다문화적인 분위기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있었고, 터키, 아랍, 동유럽 출신 부모들도 아이 손에 등불을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독일의 같은 전통에 참여하며 같은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서, 이 도시의 다층적인 얼굴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라터른 만들기 DIY 팁

독일에서는 대부분의 키타(Kita)와 초등학교에서 라터른페스트를 앞두고 미리 등불 만들기 수업을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집에 어느 날 갑자기 알록달록한 등불을 들고 오고, 부모는 “아, 이제 곧 라터른페스트가 오는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키타에 다니지 않거나, 학교 활동 외에 집에서도 따로 만들어 보고 싶다면, 간단한 DIY 방식으로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 준비물: 사용하지 않는 유리병(예: 잼 병), 색색의 티슈 페이퍼(Tissuepapier), 풀(Kleber), 작은 붓, LED 티라이트(Teelicht) 촛불
  • 만드는 법:
    • 유리병 표면을 깨끗이 씻어 말린 뒤, 풀을 얇게 바릅니다.
    • 잘라 둔 티슈 페이퍼 조각을 아이와 함께 자유롭게 붙입니다.
    • 겹쳐 붙이면 색이 섞이면서 은은한 빛이 나서, 굳이 완벽한 패턴을 만들지 않아도 예쁩니다.
    • 완전히 마른 뒤, 안쪽에 LED 티라이트를 넣으면 분위기 있는 작은 라터네 완성입니다.

한국인 부모 입장에서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오는 공지에 ‘Basteln’(공예), ‘Laternenbasteln’(등불 만들기) 같은 단어가 보이면, 가능하면 꼭 참여해 보시라는 것입니다. 부모 참여형 만들기 행사인 경우도 많아서, 아이 친구들의 부모를 자연스럽게 만나 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언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풀을 바르고 색종이를 붙이는 동안에는 오히려 말이 너무 많지 않아도 편안해서, 저에게는 독일 부모들과의 첫 대화 연습장이 되어 주었습니다.

현실적인 참여 가이드

라터른페스트는 ‘아이들 행사’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동네 축제에 가깝습니다. 독일에 막 정착한 한국인 가정이라면,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가볍게 준비해 참여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제가 경험하면서 알게 된 현실적인 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 개최 시기
    • 대부분 10월 말부터 11월 11일(성 마르틴 데이) 사이에 집중적으로 열립니다.
    • 키타/학교별, 교회별, 시 주최 공식 행사 등이 각각 다른 날짜에 있을 수 있습니다.
  • 참가 방법
    • 대부분 별도의 사전 등록 없이,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등불을 들고 모이면 됩니다.
    • 키타/학교 행사인 경우, 안내문에 집합 시간(Treffpunkt)과 장소가 적혀 있으니 꼭 확인하세요.
  • 복장 팁
    •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는 시기라, 두꺼운 외투, 모자, 장갑까지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 행진 코스에 어두운 골목길이나 공원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 어린 아이에게는 야광 조끼(Reflektor-Weste)나 반사 줄이 달린 옷이 매우 유용합니다.
    • 아이 신발은 오래 걸어도 편한 운동화를 추천합니다.
  • 행사 정보 찾는 방법
    • 거주 도시 시청 홈페이지(Stadtverwaltung, Stadt 홈페이지)의 ‘Veranstaltungen/Termine’ 코너
    • 지역 Facebook 그룹이나 한인 커뮤니티, 동네 WhatsApp/Telegram 그룹
    • 아이 다니는 Kita/학교에서 나눠주는 인쇄물, 이메일 공지, 현관 앞 게시판(Aushang)

특히 독일어 공지가 부담스러우실 수 있는데, 날짜와 시간, Treffpunkt(집합 장소)만 정확히 체크해도 참여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처음 한 번만 용기 내어 가 보면, 둘째 해부터는 자연스럽게 주변 부모들과 함께 움직이게 됩니다.

마무리 – 작은 등불이 독일 생활을 비춰 줄 때

독일에서의 삶은 비자, 집, 학교, 세금처럼 무겁고 복잡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마음속에 오래 남는 순간들은, 이렇게 작은 동네 축제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라터른페스트는 그중에서도, 제가 독일 사회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고 있다’는 감각을 처음 선물해 준 행사였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할 수 있지만, 아이 손에 작은 등 하나를 쥐여 주고 동네 골목을 함께 걸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어두운 저녁,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와 따뜻한 글뤼바인 향, 이웃과 나누는 짧은 인사 한마디가 모여, 독일 생활이 단지 생존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조용히 알려 줍니다. ‘독일생활백서’가 전하는 실용적인 정보들 사이에서, 라터른페스트 같은 작은 축제들은 우리 삶의 여백을 채워 주는 소중한 경험이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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